이 사건 의뢰인은 중국에서 온 유학생이었습니다. 생활비에 보탬이 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다가 그만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으로 이용당하게 되었는데요. 그가 지원하였던 회사는 정상적인 업무를 하는 ‘퀵 배달’ 업체인 것처럼 속였습니다. 보통은 피해자를 만나서 돈을 받아온 다음 무통장 입금을 하는데, 의뢰인은 피해자가 놔둔 종이박스를 수거하여 또 다른 전달책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본인이 하는 일이 이상하다는 것을 더 눈치채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3명, 피해금액이 1억원이 발생하였고 의뢰인의 가족들이 저희를 찾아오셨을 때는 검찰 조사를 마치고 사건이 재판으로 넘어간 상황이었습니다. 외국인이라는 점, 보통의 현금 수거책 업무와는 달랐다는 점에서 무혐의를 다투어 볼 수도 있는 사건이었겠으나, 수사 단계에서 혼자서 조사를 받으며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는 진술들을 이미 한 것이 확인되어, 재판에서는 신속히 ‘집행유예’를 받고 나올 수 있도록 전략을 세웠습니다.

① 일단 저희는 의뢰인이 한국의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과정은 한국인도 잘 모르는데, 외국인인 의뢰인은 더 알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입니다. 의뢰인의 의사소통 능력이나 한국에서 지낸 기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들을 제출하면서 고의의 정도를 최소한으로 낮추었습니다.

② 그리고 가족들이 확실한 집행유예 결과를 원하셨던바 피해자와의 합의도 적극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연락처가 바뀌는 등의 사정으로 연락이 닿지 않아 합의를 못하는 일이 없도록 신속히 피해자 연락처부터 확인을 하였고, 피해자분들께도 직접 연락을 드렸는데요. 처음에는 조직의 공범이라고 생각하여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시던 피해자들께서도, 저희가 타국에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의뢰인의 사정을 잘 설명드리자 어느 정도 공감하시며 피해금액 전액이 아닌 금액에도 합의를 해주셨습니다.

이와 같은 대응 끝에, 의뢰인은 1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무사히 그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낯선 이국땅에서 이런 일을 겪게 되어 저희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되는 사건이었는데요. 가족들의 걱정되는 마음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었기에 가운데서 의뢰인의 소식을 알려드리는 등 그들이 안정적으로 지내실 수 있도록 노력을 많이 하였고, 좋은 결과를 전하게 되어서 무척 저희로서도 보람되었습니다.

다만 저희를 너무 늦게 찾아오신 것은 조금 아쉬운 마음이 남습니다. 이 사건처럼 이미 형사 절차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에는 상황을 바로 잡는 것에 한계가 있게 됩니다. 수사 단계에서 ‘이상한 일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돈이 급하니 그냥 했다’고 진술을 해버렸는데, 갑자기 재판 단계에 와서 갑자기 ‘그때 한 말은 잘못 진술한 것이다’고 하면 판사가 피고인의 말을 믿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건 의뢰인처럼 집행유예를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무죄를 받을 수 있는 사건도, 시기를 놓치게 되면 가능성이 확연하게 줄어들게 됩니다. 그래서 수사 초기 단계부터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를 드리는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원하는 결과를 받기 위해 가급적 신속하게 형사전문변호사와 상담부터 받을 것을 권유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