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소송법 제94조 이하에서는 보석 제도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 조문에 의하면 보석의 청구가 있는 때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 실제로 실무에서 보석이 인용되는 사례는 극히 드뭅니다. 피해자가 있는 사기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피해자와 합의를 하는 등 구속될 당시와는 달라진 사정이 있어야만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질 수 있고, 도박공간개설 사건과 같이 피해자가 없어서 변동 사유가 없는 사건에서는 보석 청구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피고인의 구속으로 인해 남겨진 가족들이 극심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다거나, 연로하신 부모님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등의 개인적인 사유는 판사가 보석 허가 결정을 할 때 그리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습니다. 도박공간개설 사건과 같은 경우에는, 공소사실을 다투어서 구속이 결정되었던 때보다 혐의가 줄어들어야 보석 결정이 가능합니다. 저희가 수행한 사건 중에도, 공소사실 대부분이 과장되어 있는 것이 재판 도중 밝혀지게 되자, 재판부에서 보석 청구를 받아들여 준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FX사이트 사건으로, 의뢰인은 본사 바로 아래인 ‘부본사 직책’에 있었고, ‘28개의 지점을 관리’ 하였다는 혐의를 받아 구속 기소되었습니다.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피고인의 개인적인 사유를 이유로 보석 허가 결정이 나오지는 않기 때문에, 보석이 되려면 재판 과정에서 의뢰인이 받는 혐의가 대부분 과장된 것이라는 점을 밝혀야 했습니다. 의뢰인은 부본사가 대단히 높은 직책이라거나 본인이 28개 지점을 전부 관리하였다는 점에 대해서는 억울하다는 입장이었으므로, 우선 저희는 ✔ 사건 관계자들을 증인으로 신청하여 의뢰인이 실제로 맡았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를 적극적으로 다투었습니다.

이렇게 혐의 자체를 낮추는 변론을 한 다음에, ✔ 보석이 필요한 이유를 꼼꼼하게 주장하였습니다. 이미 상범들이 구속되어 있어서 증거 인멸이 불가능하고, 현재 의뢰인의 아내가 홀로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 절대적으로 남편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을 강조하였습니다. 이러한 사정만 강조하였다면 원하는 결과를 받을 수 없겠지만, 앞에서 혐의를 줄여 놓았기 때문에 재판부에서도 변호인이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잘 들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전략은 적중하여, 의뢰인은 피해자와 합의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보석 허가 결정을 받고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의뢰인의 혐의가 줄어들었음에도 계속해서 구속해두는 것은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점이 인정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면, 보석 청구가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결국 • 재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없어지거나, • 구속 만기일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시간 동안 다투어 볼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석 청구 전에 진행되는 공판기일에서 위의 점을 충분히 피력해봐야겠지요. 상황을 잘 모르시는 분들은 재판부와 연이 닿는 변호사가 있다는 등의 허황된 말에 속아 돈만 버리곤 합니다. 정말로 보석 가능성이 있는 사건인지는 유사 사건 수행 및 인용 결정을 받아 본 법률 대리인으로부터 검토를 받아 보셔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