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
영아 유기에도 집행유예 20대 부모…"피고인 특수성 반영해 형량 낮아" [디케의 눈물 109]
법조계 "영아유기죄, 특수성 띄는 법 조항…피고인만 선처 받아 가벼운 형량 내려진 것은 아냐"
"제도 미완성 됐던 과거 시절에나 있을 법한 법안…오늘날에 영아유기죄 적용하기엔 무리"
"아이 키우기 어려운 부모 존재하기에…형량만 무겁게 할 게 아닌 제도적인 보완 이뤄져야"
"피고인들 영아 살해할 고의 있는 듯…영아살해미수로 기소됐으면 더 높은 형 선고됐을 것"
탯줄이 달린 갓난아기를 종이봉투에 담아 길거리에 버린 20대 부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영아유기죄는 피고인의 특수성을 반영한 법 조항이기 때문에 형량이 낮다면서, 영아에 대한 인권 의식 및 사회적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만큼 점차 영아 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15일 부산지법 서부지원 형사5단독(이은혜 판사)은 영아유기 혐의로 기소된 20대 남성 A 씨와 20대 여성 B 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2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8월 29일 오후 11시께 부산 사하구 한 골목에서 신생아를 종이봉투에 담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동거 관계인 이들은 창원에 있는 주거지에서 아기를 출산한 뒤 범행 당일 택시를 타고 부산으로 이동했다. 발견 당시 아기는 담요에 쌓여 종이가방 속에 있었으며 탯줄까지 달려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법인 율샘 김도윤 변호사는 "영아유기죄의 경우 피고인에 대한 특수성을 감안한 법조항이기에 일반적인 유기 범죄와 비교해 형량이 적다. 영아유기 사건에서 징역형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대부분 아이가 사망하지 않고 발견된 경우"라며 "만약 유기한 아이가 사망한다면 형 자체가 달라진다. 이 경우 영아유기치사죄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영아유기의 경우 일반적으로 형량이 가볍게 내려진다. 해당 피고인만 선처받아 가벼운 처벌(집행유예)이 내려진 사례는 아니다"라며 "초범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경우 그리고 미혼모는 집행유예를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법의 형량을 높여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제도가 완비되지 않았던 과거 시절에나 있던 법이기에 지금에 와서도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다. 이 법의 취지는 사는 게 어렵던 시절 법원이 '얼마나 오죽했으면 아이를 유기했을까'라며 부모를 배려해 줬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정이 있는 부모들이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형량만 무겁게 할 게 아니라 기관에 맡기는 방법을 도입하든지 제도적인 보완도 함께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는 "법원에서 정한 영아유기죄에 관한 양형기준에는 '참작할 만한 범행동기'나 '범행가담에 참작할 사유가 있는 경우'를 감경요소로 정하고 있다"며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아기를 양육할 능력이 없어 범행에 이른 점을 강경사유로 본 것 같다. 특히 유기된 아기에게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이 가장 큰 양형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지난 7월 형법 제정 70년 만에 영아 유기죄 및 영아 살인죄가규정을 폐지하는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영아에 대한 인권 의식에 많은 변화가 있는 만큼, 이를 폐지한 것"이라며 "앞으로는 영아에 대한 범죄도 일반 살인죄, 유기죄가 적용되므로 영아의 생명권이 두텁게 보호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사회 분위기도 바뀌고 있어 향후 영아 범죄 처벌 수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판심 문유진 변호사는 "이 사건의 경우 당시 영아가 출산 직후의 신생아인 점과 신생아를 쓰레기처럼 보일지도 모르는 종이봉투에 담아 남들이 구조하기 어려운 상태로 버린 점을 중점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버린 시각이 밤 11시였던 점과 버린 장소 또한 고아원이나 경찰서 등이 아닌 사람들이 발견하기 어려운 골목인 점에 비춰 보면 부모는 영아를 살해할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영아유기가 아닌 영아살해미수로 기소됐다면 더 높은 형이 선고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10대女 3명 어깨 주물렀는데 실형 피한 20대…"공탁해서 선고유예 받은 것" [디케의 눈물 107]
재판부 "합의 안 됐는데 공탁했다고 선고유예…피해자 의사 반영 없는 공탁 신중히 판단해야"
"성추행 사건 선고유예 나오는 경우 드물지만…의도적 추행 아닌 '같이 놀자'는 의미로 본 듯"
"공탁한 것과 하지 않은 경우 동일하지 않아…피고인 '공탁 안 했다면' 선고유예 어려웠을 것"
"가해자 20대라는 점에서 또래의 일로 본 듯…50대가 10대 추행한 것과는 다른 경우에 해당"
휴가지에서 처음 본 10대 여성 3명 뒤에서 갑자기 어깨동무하고 팔을 주무르며 추행한 20대 남성에게 벌금형의 선고유예가 내려졌다. 법조계에서는 피해자가 여러명이고 미성년자라는 점에서 비교적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피고인이 형사공탁을 하지 않았다면 선고유예 이상의 중형이 내려졌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1일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 박현진 부장판사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27) 씨에게 벌금 300만원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고 이날 밝혔다.
A 씨는 지난해 9월 24일 오후 11시 36분께 제주 서귀포시의 한 도로에서 나란히 길을 걸어가던 10대 여성 3명을 발견하고 뒤에서 여성 2명 사이로 다가가 '어디 가느냐'며 어깨에 팔을 감싸는 등 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A 씨가 휴가차 찾은 제주도에서 길을 가던 피해자들에게 이른바 '헌팅(일면식없는 남에게 교제를 목적으로 접근하는 것)'식으로 술을 마시며 놀자고 권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률사무소 엘엔에스 김의지 변호사는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형사공탁했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선고한 것은 형이 매우 가볍게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여러명이고 미성년자인 점 등을 고려하면 추행의 정도가 덜하다고 해도 선고유예는 과하다고 본다"며 "이런 사례 때문에 피해자 의사 반영이 없는 형사공탁에 대해 법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해야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선에서는 공탁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공탁출입금을 거부 하겠다는 취지로 서면을 내기도 한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건양 최건 변호사는 "일반적인 강제추행 사건에 비해 가벼운 형량이 선고된 것으로 보인다. 성추행 사건이 선고유예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며 "재판부는 피고인이 의도적으로 추행하려고 한 게 아닌 피해자들에게 '같이 놀러 가자'는 차원에서 일어난 터치로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 변호사는 "재판부 입장에서도 공탁이 된 경우와 안 된 경우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공탁했다는 자체가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는 의미"라며 "이번 사안에서도 공탁이 양형에 참작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공탁을 안 했다면 선고유예를 받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아마도 재판부는 피고인의 행동을 성적인 접촉이라기보다 '술 한잔하러 가자'라는 의미에서 한 행동으로 본 것 같다. 피해자분들이 10대라는 점이 민감하지만 이런 경우 가해자의 나이도 중요하다"며 "가해자 역시 20대라는 점에서 재판부가 '또래의 일'로 본 것 같다. 50대가 10대를 추행한 것과는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곽 변호사는 "공탁은 실무적으로 본다면 피해변제의 또 다른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피해자들이 합의는 해주지 않아도 공탁금은 대부분 찾아간다"며 "피해자와 합의가 안 된 상황에서 공탁마저 양형에 도움이 안 된다면 피고인들은 '전관대우' 변호사를 찾아가는 등 엉뚱한 데 돈을 쓰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경찰 신분증 제시 요구 불응하고 밀쳤더라도…"정당 방위라면 처벌 불가" [디케의 눈물 104]
법조계 "경찰 억울하겠지만 신고자가 신고 철회한 만큼…피신고자 감정 자극할 필요 없어"
"특별히 수상한 점 없다면 불심검문 할 상황 아냐…주민번호 불러줬고 CCTV 있어 신원 확인 가능"
"CCTV 영상에서 폭행 흔적도 보이지 않아…경찰 공권력 집행, 주어진 상황 속에서만 진행돼야"
"신분증 던지고 경찰 밀친 행위? 비상식적이지만…경찰 오해로 발생한 가벼운 다툼이자 정당방위"
법조계 "경찰 억울하겠지만 신고자가 신고 철회한 만큼…피신고자 감정 자극할 필요 없어"
"특별히 수상한 점 없다면 불심검문 할 상황 아냐…주민번호 불러줬고 CCTV 있어 신원 확인 가능"
"CCTV 영상에서 폭행 흔적도 보이지 않아…경찰 공권력 집행, 주어진 상황 속에서만 진행돼야"
"신분증 던지고 경찰 밀친 행위? 비상식적이지만…경찰 오해로 발생한 가벼운 다툼이폭행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에 불응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40대 남성에게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법조계에서는 신고자가 신고를 철회했고 피신고자가 순순히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기에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경찰관이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을 때 일어난 가벼운 몸싸움에 대해서는 대부분 '정당방위'로 판단돼 무죄가 나온다고 입을 모았다.
8일 울산지법 1-3형사부(재판장 이봉수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A 씨는 2021년 6월 울산 동구의 한 상가 인근에서 "아는 오빠한테 맞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자 이를 거부하며 욕설과 함께 가슴 부위를 때리고 밀치는 등 공무집행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신고자는 울고 있었지만 "아무 일 없으니 돌아가라"며 신고 철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경찰관은 때마침 현장에 나타난 A 씨를 가해자로 추정해 신분 확인을 요구했다. 이에 A 씨는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지만 경찰관은 신분증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신분증을 바닥에 집어던졌으며 또 자신을 압박하듯 신분증을 요구한 경찰관의 신체를 밀쳤다.
법무법인 정향 이승우 변호사는 "재판부는 '경찰이 공무집행 중이 아니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판결한 것 같다. 경찰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재판부 판단이 타당하다고 본다"며 "신고자가 신고를 철회한 만큼 출동 경찰이 굳이 무리해서 피고인의 감정을 자극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 변호사는 "경찰 입장에서는 신고자가 계속 울고 있었다는 점에서 피고인의 신분을 확인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재판부는 경찰관이 지나치게 강압적으로 집행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공무집행방해죄의 인정은 까다롭게 판단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물론 최근 사회적 분위기와 맞물려 이런 판결에 따라 경찰의 공무집행이 위축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있다"며 "결국 이번 판결 또한 공권력의 집행과 가해자의 인권 사이에서 기준을 세우기가 쉽지 않은 수사 기관과 사법부의 고민을 보여주는 판결"이라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는 "경찰관이 출동했을 당시는 범행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112신고도 철회된 상황이었다. 피고인에게 특별히 수상한 점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불심검문을 할 상황은 아니었다"며 "특히 피고인이 주민등록번호를 불러줬고 CCTV도 있는 상황이라 신원 확인이 가능했다. 이 점을 고려하면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반드시 필요한 절차였다고 판단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한일 전문영 변호사는 "CCTV 영상에 폭행 장면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이 '무죄' 판결의 핵심 사유로 보인다"면서도 "인권침해가 크지 않은 선에서 경찰의 공권력을 강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경찰의 집행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만 철저히 진행돼야 한다. 만약 경찰이 아무에게나 신분증 제시 요구를 하고 거부하는 시민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엮어버리면 경찰공화국이 돼버린다"며 "신고자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안 괜찮을 수 있으니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이 경우에는 신고자를 따로 분리해 케어하는 방식으로 대응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곽 변호사는 "피고인이 신분증을 던지거나 경찰관을 밀친 행동은 무례하고 비상식적으로 느껴진다"면서도 "경찰관이 멀쩡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았을 때 일어난 가벼운 몸싸움에 대해서는 대부분 '정당방위'로 무죄가 나온다. 이번 사안뿐만 아니라 대부분 참작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귀갓길 여성 흉기로 위협했는데도 집행유예…법원, 흉악범죄 조장하나 [디케의 눈물 103]
법조계 "흉악범에 대한 시민들 분노 높아진 상황서 집행유예?…가벼운 측면, 실형이 적절"
"새벽에 흉기 들고 홀로 귀가 여성 뒤따라가고 이웃집 주민 복도에 없었으면 더 큰 범죄 이어질 상황"
"집행유예 선고하려면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 지극히 낮아야…국민 입장서 판결 납득할 수 있을까?"
"국민 법 감정도 대법 양형기준 못 넘어 2심도 실형 힘들 듯…흉악범, 세상과 단절시키는 법기조 필요"
새벽에 홀로 귀가하던 여성을 뒤따라가 흉기로 위협하고 돈을 빼앗으려던 20대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법조계에서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를 했더라도 흉기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만큼 당연히 실형이 선고됐어야 했다고 강조하고, 특히 최근 발생한 '신림동 칼부림' 사건 등 흉기를 사용한 범법자들에겐 세상과 단절시키는 법기조를 적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5일 인천지법 제14형사부(재판장 류경진)는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A(25)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1일 밝혔다. 또 보호관찰 2년과 사회봉사 8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A 씨는 지난 3월 25일 오전 5시쯤 홀로 도보로 귀가하는 여성을 노리고 범행을 계획했다. 이후 당일 B 씨가 귀가하는 모습을 보고 곧장 뒤따라갔다. A 씨는 피해자가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출입문을 들어가려 한 순간을 노려 흉기를 들고 돈을 빼앗으려 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비명소리를 듣고 이웃집 주민이 복도에 나오자 놀라 그곳을 빠져나오면서 범행이 미수에 그쳤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흉악범들에 대한 시민들의 경계와 분노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며 "새벽 시간대 여성이 혼자 집에 귀가하는 틈을 따라가 흉기로 위협한 점을 생각하면 재판부의 집행유예 선고는 다소 형이 가벼운 측면이 있어보인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판율 문유진 변호사는 "집행유예보다 실형이 더 적절해보이는 사안이라고 판단된다. 형사 처벌을 받은 적 없는 초범이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을 고려해도 새벽에 흉기를 들고 홀로 귀가하던 여성의 뒤를 따라간 점, 당시 이웃집 주민이 복도에 나오지 않았더라면 또 다른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변호사는 이어 "흉기를 든 강력범죄의 경우 집행유예를 선고하려면 재판부가 피고인의 재범 가능성이 지극히 낮다고 판단해야만 한다"며 "특히 재범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판단한 합리적 이유에 대해 판결문에 충분히 설시가 되어 있어야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도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는 이상 항소심으로 이어져도 같은 형량이 나올 것"이라고 전제하고, "세간의 관심을 받은 중대사건의 경우 재판부도 국민의 법감정을 전혀 무시할 수 없기에 일반적인 판결에 비해 형이 가중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국민의 법 감정도 대법원이 정한 양형기준을 넘어설 수 없는 한계는 있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그러면서 "흉기 중에서도 칼처럼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범죄의 경우 초범이거나 피해자와 합의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실형을 선고해 세상과 단절시키는 법기조가 확립될 필요가 있다"며 "비슷한 예로 신림동 칼부림 사건처럼 위험 상황에서는 피해자뿐만 아니라 주변 누구라도 흉기를 든 가해자를 제압해도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와 인식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만큼 정당방위에 인색한 나라가 없다. 끔찍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제도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잇따른 온라인 '신림역 살인예고'...처벌할 수 있을까
[파이낸셜뉴스] '신림동 칼부림' 사건 이후 신림동에서 유사 범죄를 저지르겠다는 7건의 '살인 예고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경찰이 수사 나섰다. 지난 2일에는 ‘신림역에서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20대 남성이 검찰에 넘겨지기도 했다. 이처럼 계속되는 살인 예고글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이 있음에도 현행법상 구체적인 혐의 적용이 어려워 작성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일 올라온 7번째 살인 예고 게시글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이 게시글은 "인생 다들 행복하게 사는데"라며 "내일 밤 신림에서 누군가 칼 들고 나타날거다"라고 적혀 있다. 지난 2일에는 글과 흉기 구매 내역을 캡처한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20대 남성 이모씨가 협박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신림동 칼부림' 사건 이후 또 다른 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이어지자 신림동 주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신림동에서 혼자 거주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씨(34)는 "설마 하면서도 귀갓길이 무서워 최대한 일찍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며 "부모님이 호신용품도 보내시고, 주변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경찰은 신림역 인근 방범을 강화한 상태이다.
다만 이런 '살인 예고글' 작성자를 처벌하기는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작성자를 추적해 검거해도 현행법상 구체적인 혐의 적용이 쉽지 않아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대표변호사는 "협박죄는 해당 글들은 상대방이 특정되지 않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살인예비죄는 성립 가능성은 있지만 실현에 필요한 외적 행위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단순 글 올린 것에 그친다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협박이나 살인예비로 처벌은 어렵고, 지속적·반복적으로 올린 경우에는 정보통신망법위반죄는 성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살인 예고 등 '사이버 테러'를 게시하는 것을 중범죄로 대응해 유사 사례를 막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대부분의 사이버 협박글이 실제 실현 의도가 없을 가능성이 높지만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과정에서 경찰력을 낭비도 발생하게 된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온라인에서 범람하고 있는 예고글에 엄정 대응해 뿌리 뽑아야 모방 범죄는 물론이고 시민 불안 확산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
주호민 '몰래 녹음'…증거 가능성 있지만 수업권 위축 우려
발달장애 아들 가방에 녹음기
법원서 증거능력 인정 가능성
전문가들 "교권침해 넘어 인권침해"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특수교사 고소 논란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새다. 주씨가 발달장애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아동학대 정황을 파악하려던 것까지 드러났다. 주씨는 "아이가 지속적으로 불안해 해 확인이 필요했다"고 주장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교권침해 우려도 불가피하다.
2일 교육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주씨는 아들을 담당한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주씨 부부는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몰래 녹취한 내용을 아동학대 증거물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논란…재판서 증거 인정되기도
통신비밀보호법 16조는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사람이나 이를 누설한 사람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화의 비밀 자체가 보호법익이기 때문에 대화자와 신분관계가 있거나 대화 내용에 이해관계가 있는 제3자라도 일반적인 금지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위법 소지가 있지만 몰래 녹음 행위는 아동학대 사건을 적발하는 데 역할을 해 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2018년 3월 초등학교 교사인 A씨는 전학 온 피해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맛이 갔다"는 등의 폭언을 해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A씨의 행위는 부모가 등교할 때 가방에 넣어준 녹음기에 담기면서 발각됐다.
서울동부지법 제1형사부는 "피해자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담임교사인 A씨의 행위에 대해 스스로를 방어할 능력이 없었고, 피해자의 부모는 A씨의 학대 행위에 관해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 녹음을 하게 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증거능력도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형사 사건의 경우 절차적 정의보다는 실체적 진실을 따진다"며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성인과 아이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한다. 아이는 피해를 당했을 때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능력이 미약한데, 아이가 입을 닫으면 가해자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폭넓게 인정하는 편"이라고 평가했다.
경기지역에서 근무하는 초등교사 유모 씨도 "모든 말이 녹취되고 있다고 생각하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자유롭게 수업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당하는 기분이다. 일반 직장인이라고 해도 24시간 감시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살 수는 없지 않나"라고 토로했다. 사진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추도식 및 교사 생존권을 위한 집회 /장윤석 인턴기자
◆ 전문가들 "아동학대 방지 도움 안 돼"
반면 교사들은 학부모의 몰래 녹음 행위 때문에 수업권이 위축된다고 주장한다. 20년차 특수교사인 B씨는 "학부모들이 몰래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며 "특수아동의 경우 '도전행동'(장애 학생 본인 및 주변 사람에게 현저한 위험을 주거나 학교생활을 현저하게 방해하는 행동)을 많이 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 교사들은 언성을 높이는 등 즉각적인 표현을 하게 될 때가 있다. 사람이기 때문에 늘 차분할 순 없다"고 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부모가 교사의 발언을 녹음하는 게 허용되고 법원에서 (녹음이 아동학대의 혐의의)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면 교사들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심스러워질 것"이라며 "소극적인 수업 밖에 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사로서가 아닌 인간으로서도 행동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런 경우만 녹음해서 맥락을 다 자르고 '화를 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라고 한다면 이는 인권침해"라고 덧붙였다.
아동학대 전문가들도 이같은 행위가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낸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의회 대표는 "형사정책연구원에서 아동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CCTV에 녹음기능을 추가하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물은 적 있는데 반대했다"며 "학부모들은 아동학대에 대해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녹음이 허용돼 학부모가 교사를 감시할 수 있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교사에 대한 믿음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
"호가 안보여 당황…주가 떨어지는 상황이었다면 손해 봤을 것" [주식시세 10분 넘게 '먹통']
코스콤 시스템 오류로 호가창 먹통
투자자들, 증시 개장하자마자 혼란
증권사들 "처음엔 우리 문제인 줄"
코스콤·거래소 "보상 계획은 없다"
코스콤의 시스템 장애로 모든 증권사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시세가 15분간 먹통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속출했다.
개별 증권사가 아닌 증권 유관기관의 문제로 거래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함에 따라 손해배상과 관련해서도 혼란이 커질 전망이다.
■개장하자마자 시장 혼란
7월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 개장 직후 증권사 HTS와 MTS에 오류가 생기면서 시장은 혼돈에 휩싸였다. 월요일인 데다 거래량이 몰리는 시간대에 호가창이 마비되면서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졌다.
30대 주식투자자 김모씨는 "평소처럼 개장하자마자 MTS에 들어갔는데 호가가 제대로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며 "오류가 나서 아예 거래 시도를 안 했는데 갖고 있는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면 손해를 많이 봤을 것 같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40대 투자자 황모씨도 "종목시세 전광판에는 -3%라고 나오는데 실제 호가는 -1%여서 왜 이러나 싶었다"며 "1~2분도 아니고 10분 가까이 오류가 나서 혼란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사고에 대해 업계는 기존 전산장애와 다른 이례적인 일이라는 반응이다. 그동안에는 개별 증권사의 전산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거래가 지연됐지만, 이번에는 코스콤의 문제로 전 증권사의 시스템에 오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IT담당 직원은 "15년 넘게 일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개별 증권사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지만 코스콤에서 오류가 생겨 전체 증권사 거래시스템이 먹통이 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증권사 IT담당 직원도 "처음에 오류가 떴을 때 우리 증권사의 문제인가 싶었다"면서 "전 증권사 거래시스템에 오류가 생기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나 불만이 더 클 것"이라고 짚었다.
■코스콤·거래소, 보상 논의 '시기상조'
초유의 사고가 발생했지만 보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 코스콤 측은 "아직까지 보상과 관련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스콤 관계자는 "보상과 관련해 현재까지 피해가 접수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특별한 검토는 없었다"며 "원인 파악이 우선이기 때문에 시세 지연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춰 추후 보상에 대해 논의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전했다.
코스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한국거래소 역시 보상계획을 논의하기에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보상을 검토한 바는 없다"며 "원인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전산장애에 대한 손해배상 자체가 쉽지 않은 것도 난관이다. 전산오류에 따른 미실현 이득을 입증하는 과정이 까다롭고, 손해배상을 제기하더라도 피해액을 전부 받기는 어렵다.
실제로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당시 전산오류로 투자자들의 민원이 속출했지만 보상을 받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됐다.
당시 하이투자증권은 오류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나서야 상장일 최고가 대비 약 10% 낮은 보상기준가격을 정해 보상금을 산정한 바 있다.
김철 법무법인이강 변호사는 "이론적으로는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며 "다만 시세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증거자료를 개별적으로 모아 청구해야 하는데 입증이 어렵고, 입증하더라도 전체 피해액을 다 돌려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곽준호 법무법인청 변호사는 "거래 시 발생하는 전산오류에 따른 피해는 근로소득, 노동소득과 달리 미실현 소득을 입증하는 문제여서 과정이 복잡하고 난관이 예상된다"며 "반대로 시세 지연으로 인해 이익을 본 사람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온전히 보상받기도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김찬미 기자
-
“여성 20명 죽일 것” 예고… 살인예비죄 처벌받을까
‘묻지마 살인’ 예고 글 처벌은
목적·고의·준비행위 있어야 성립
‘신림역 살인’ 20대 남성엔 협박죄
대상 특정돼도 계획 없으면 훈방
살인 예고한 BJ 범칙금 5만원뿐
“불특정 다수 대상 특별법 필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사건’이 일어난 뒤 온라인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와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일 살인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온라인상 게시물만으로는 형법상 처벌이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흉기 구매 내역을 찍은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에 올린 20대 남성 이모씨가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당 커뮤니티에 살인 예고 글이 4건 더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잇따른 살인 예고 글로 혼란이 가중됐지만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온라인 게시물만으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형법 제255조는 살인의 죄를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살인예비죄가 성립하려면 목적 외에 준비에 관한 고의, 실행 착수를 위한 준비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인 계획 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경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혐의도 살인예비죄가 아닌 협박죄다. 형법(283조)상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어 살인예비죄보다 형량이 낮다.
대상이 특정돼도 구체적 계획이 없으면 협박죄조차 적용되기 어렵다. 2017년 8월 한 남성 BJ A씨가 여성 게이머를 살해하겠다는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처분만 받고 훈방 조치됐다. 2018년 9월 또 다른 BJ B씨가 실시간 방송 중 시비가 붙은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경찰은 B씨의 노상방뇨에 대해서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
법조계에서는 글의 구체성과 상대방 특정 여부에 따라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글의 구체성에 따라 다르지만 실행으로 옮길 계획이 특정되면 살인예비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단순히 20명, 100명 죽인다는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협박이나 공갈 등을 적용하기 어렵지만 상대가 특정되면 협박죄로 처벌할 수 있다”면서 “다만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것만큼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게시물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법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강재룡 법무법인 세기 변호사는 “형법 논리에 따르면 범행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게시물은 따로 특별법이 있어야 처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는 점에서 살인 예고 글을 일종의 테러 행위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살인 예고 글로) 생계를 위해 신림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몇천만 국민이 공포에 떨었다”며 “강력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미국처럼 경찰이 엄정 대응할 수 있도록 법이 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연·백서연·김소희 기자
-
살인 ‘예고’도 처벌 가능할까…“대상·계획 특정 안 되면 어려워”
온라인에 살인 예고글 게시한 20대 구속
‘살인예비죄’ 아닌 ‘협박죄’ 적용
범행 대상·계획 특정 안 되면 범칙금에 그쳐
전문가 “특별법으로 엄중 대응해야”
서울 신림역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살인’ 이후 온라인에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이 연달아 올라와 시민들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30일 살인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온라인상 게시물만으로는 형법상 처벌이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지난 27일 ‘신림역에서 여성 20명을 죽이겠다’는 글과 흉기 구매 내역을 캡처한 사진을 온라인 커뮤니티(디시인사이드)에 올린 20대 남성 이모씨가 구속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해당 커뮤니티에 살인 예고 글이 4건 더 올라온 것을 확인하고 작성자를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잇따른 살인 예고 글로 혼란이 가중됐지만 대상이 특정되지 않은 온라인 게시물만으로 처벌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형법 제255조에 따르면 살인의 죄를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에게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하고 있지만 대법원은 구체적 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살인예비죄 성립을 위해서는 목적 외에 준비에 관한 고의, 실행 착수를 위한 준비행위가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구체적 계획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살인을 예고하는 게시물 만으로는 형사처벌이 어렵다는 얘기다.
실제 경찰이 이씨에게 적용한 혐의도 ‘살인예비죄’가 아닌 협박죄다. 형법(283조)상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어 살인예비죄보다 형량이 낮다.
대상이 특정돼도 구체적 계획이 없으면 협박죄조차 적용되기 어렵다. 2017년 8월 한 남성 BJ A씨가 여성 게이머를 살해하겠다는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경범죄처벌법상 ‘불안감 조성 행위’로 범칙금 5만원 처분만 받고 훈방조치됐다. 2018년 9월에도 또다른 BJ B씨가 라이브 방송을 하다 시비가 붙은 사람을 죽이러 간다는 생방송을 진행했지만, 경찰은 B씨의 노상방뇨에 대해서만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범칙금 5만원을 부과했다.
법조계에서는 글의 구체성과 상대방 특정에 따라 형사처벌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박민규 법무법인 안팍 변호사는 “글의 구체성에 따라 다르지만 실행으로 옮길 계획이 특정되면 살인예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단순히 20명, 100명 죽인다는 글을 올린 것만으로는 협박이나 공갈 등 적용이 어렵지만 상대가 특정되면 협박죄로 처벌이 가능하다”면서 “다만 국민들이 체감적으로 위협을 느끼는 것 만큼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긴 어렵다”고 밝혔다.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게시물의 처벌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법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강재룡 법무법인 세기 변호사는 “형법 논리에 따르면 범행 대상이 구체적으로 특정돼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게시물은 별도 특별법이 있어야 처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는 점에서 살인 예고 글을 일종의 테러행위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살인 예고 글로) 생계를 위해 신림역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을 비롯해 몇천만 국민들이 공포에 떨었다”며 “강력한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미국처럼 경찰이 엄중 대응할 수 있도록 법이 보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손지연·백서연·김소희 기자
-
[반도체기술유출](상)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집유→철장 신세 왜?
해외 경쟁업체 이직 위해 자료 촬영·유출 혐의
법원 "가볍게 처벌하면 기술 탈취 방치 결과"
법조계 "국외 유출은 막았어도 심각한 문제"
[서울=뉴스핌] 이성화 배정원 기자 = 해외 경쟁업체인 인텔로 이직하기 위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 관련 국가핵심기술과 영업비밀을 유출한 혐의로 기소된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가 최근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자 대법원에 상고했다.
삼성전자 측은 당시 기술 유출 정황을 재빠르게 포착해 기술 유출을 막았다. 해당 엔지니어는 1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실형이 선고돼 법정구속됐다. 형량이 세진 것에 대해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술유출 범죄를 엄단하려는 움직임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7부(이규홍 부장판사)는 지난 14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상 영업비밀국외누설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삼성전자 엔지니어 최모 씨에게 징역 1년6월과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최씨는 1심에서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항소심이 실형을 선고하면서 철장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 경쟁사 이직 위해 휴가 중 범행…모니터링 과정서 들통
최씨는 지난해 1월 16~17일 회사 내부시스템을 통해 파운드리 반도체 공정기술 관련 자료 등 총 33개의 영업비밀 파일 링크를 자신의 사내 이메일로 전송한 다음 자택에서 재택근무용 원격접속시스템에 접속해 중요 내용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자료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다.
최씨의 범행은 퇴직예정자에 대한 삼성전자 정보보호부서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각됐다. 최씨의 개인 이메일 등에 대한 포렌식 결과 최씨는 2021년 12월 31일 회사에 퇴사 의사를 밝힌 뒤, 장기 휴가 중이던 이듬해 1월 인텔에 지원해 불합격을 통보받았고 기술 자료를 촬영한 다음 날 인텔의 다른 부서로 지원해 면접 일정이 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해 4월 삼성전자가 최씨를 고소하면서 수사에 착수, 같은 해 10월 최씨를 부정경쟁방지법 및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최씨 측은 재판에서 해당 파일에 대한 열람 권한이 있었고 열람·촬영 행위와 인텔 지원 사이의 연관성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해당 자료들을 외국에서 사용할 목적이나 부정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최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1심 재판부는 최씨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면서도 해당 기술 자료들이 실제로 경쟁사나 국외로 유출되지 않아 현실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기술 자료 중 일부는 최씨가 개발에 관여하고 작성한 점, 최씨가 아무런 범죄경력이 없는 초범인 점을 양형에 고려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기준에 따르면 지식재산권범죄 중 국외 영업비밀 침해 행위는 실제 피해가 경미한 경우,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회수된 경우를 감경요소로 삼고 있다.
◆ 유출은 막았지만…"가볍게 처벌하면 기술 탈취 방치"
항소심은 영업비밀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은 것은 최씨가 아닌 삼성전자 측이 신속하게 범행을 적발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특히 범죄 행위로 인한 기업과 국가 피해 가능성을 더욱 고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이직했다면 국가핵심기술 등 자료가 인텔 측에 누출됐을 여지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피해 회사가 범행을 신속히 적발해 조사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피해가 방지됐을 뿐 피고인이 자발적으로 취득·유출한 자료를 폐기한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피고인이 취득·유출한 반도체 관련 기술자료는 피해 회사가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하고 다년간 연구해 개발한 성과"라며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보장 및 국민경제의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국가핵심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범죄를 가볍게 처벌한다면 기업들로서는 오랜 시간과 많은 비용을 들여 기술개발에 매진할 동기가 없어지고 해외 경쟁업체가 인재 영입을 빙자해 우리나라 기업이 각고의 노력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손쉽게 탈취하는 것을 방치하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19년 8월 산업기술보호법에 국가핵심기술에 대한 유출·침해 행위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된 점, 삼성전자 측이 최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최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점 등도 양형에 고려했다.
법조계는 최씨에 대한 실형 선고 이유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던 기술유출 범죄를 엄단하려는 법원 안팎과 산업계 등의 움직임이 본격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규웅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는 "통상 기술유출 사건은 범행의 경위, 방법, 규모, 유출된 기술의 중요성, 범행으로 얻은 수익, 피해의 정도, 국외 또는 국외 유출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가볍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실형이 선고된다"고 설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최근 기술유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재판부도 경각심을 줘야겠다는 입장일 수 있다"며 "이 사건은 경쟁사로 기술이 유출되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회사 밖으로 기술을 가지고 나간 이상 유출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가 발생했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변호사는 "회사 핵심 부서에서 근무하며 중요 비밀을 취득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피고인이 회사가 숨겨놓은 비밀을 빼갔다고 하면 죄질이 더 좋지 않다"며 "기술 개발과 전혀 상관없는 제3자가 훔치는 것보다 더 불리하게 작용해 2심에서 뒤집힌 것 같다"고 봤다.
실제 삼성전자는 임직원들로부터 매년 '영업비밀 보호 서약서'를 받고 정기 보안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또 보안서약서를 작성·제출해 사전 승인받은 임직원만 재택근무용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영업비밀 등 정보 자산을 임의로 복사·촬영·녹음·출력·전송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shl22@newspim.com
-
고무줄 판결에 "인간 판사 필요한가?" 회의론 속출…AI 판사 도입되나 [법원의 미래 ①]
같은 혐의로 기소됐지만 천차만별 처벌 수위…시민들 "변호사 수임료 따라 판결 결과 갈린다"
대법 양형기준표 존재하지만 강제성 및 구속력 없고 권고적 성격만 있어…양형기준 준수율 92.9%
'인간 판사 對 AI 판사 누구 고르겠느냐' 설문 조사엔…AI 판사 48%, 인간 판사는 39%
중국 및 에스토니아, AI 판사 도입…국민들에게 신속 법률서비스 제공, 판사는 중요 재판 집중 취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더라도 각기 다른 형량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지자 국민들은 '고무줄 판결'이라며 사법부에 대한 거센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인도 등의 국가에서는 AI(인공지능) 판사를 도입해 자국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에서도 "과연 인간 판사가 필요한 것인가, AI 판사가 도입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법원 등에 따르면 사법부는 지난 2007년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법원에 양형위원회를 설치하고 주요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표를 만들었다. 또 재판부가 양형기준표에 따라 적정형량을 선고하도록 했다.
법관이 반드시 양형위의 양형기준을 따를 필요는 없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권고적 성격으로 강제성과 구속력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81조의7 2항에 따라 법관은 이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면 판결서에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양형위에 따르면 지난해 재판부의 양형기준 준수율은 92.9%에 이른다. 10건 중 9건은 양형기준 내에서 처벌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적정 형량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2020년 미성년자 성(性) 착취물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사건이 대표적이다. 2020년 미국 사법당국은 손정우에 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다. 미국에서 처벌받는다면 징역 50년 이상도 선고될 수 있던 상황이었지만 손정우는 한국에서 재판을 받았고 징역 2년의 처벌만 받았다.
같은 해 성 착취물 제작 및 유포 혐의로 세상을 뒤흔든 'n번방 사건' 조주빈은 징역 40년을 선고받았다. 사회적 분위기가 조 씨의 형량 결정에 큰 영향을 줬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두 사람의 형량이 갈린 이유로 '범죄단체 적용 여부'와 '사회적 인식의 변화'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며 "특히 사회적 인식 변화 및 강력한 처벌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형량 차이에 주효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동종범죄 전력이 있음에도 벌금형을 받는 경우가 있는 반면 초범이지만 실형을 받는 경우도 있다. 실제 지난 6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무원 A(52) 씨는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A 씨는 2차례 음주운전 전력이 있지만, 법원은 "30년간 공무직에서 착실히 근무했다"는 양형사유를 근거로 밝혔다. 반면 지난해 4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20대 B 씨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그는 음주운전 전력이 없는 초범이었지만 실형을 살아야 했다.
변호사의 수임료에 따라 판결 결과가 갈린다는 주장은 이미 시민들 사이에선 기정사실화 된 지 오래다. 지난 2021년 한국리서치가 실시한 '국민 법의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법관의 재판은 외부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자 비율은 48.2%였다.
'법원에서 선고하는 범죄자에 대한 형벌이 일반적으로 일관성이 있는지'라는 질문엔 '일관성이 없다'는 응답이 86%로 나타났다. AI 판사 제도가 도입된다고 가정할 때 자신이 재판받는다면 '인간 판사와 AI 판사 중 누굴 선택 것이냐'는 질문에는 '인간 판사를 선택하겠다'는 응답이 39%을 기록했다. 반면 'AI 판사를 선택하겠다'는 답변이 48%로 인간 판사보다 9%p 높게 나타났다.
'형사 재판을 받아본 적이 있다'고 밝힌 C 씨는 "재판 과정 내내 고압적인 재판부 때문에 당혹스러운 적이 있었다. 당시 낮은 자세로 재판에 임했기에 높은 형량을 받지 않았던 것 같다"며 "피고인의 감정과 태도보다는 재판 자체만 집중하는 AI 판사가 공판을 진행했더라면 당당한 태도로 재판에 임할 수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미 중국에서는 AI를 법정에 도입해 도움을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베이징 최고인민법원은 중국 법률 시스템의 모든 부분에서 AI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공정원(CAE)에 따르면 AI가 도입된 2019년~ 2021년까지 판사들의 업무는 평균 3분의 1로 줄었다.
인도 역시 대표적인 'AI 판사'를 도입한 나라다. 현재는 일부 지역에서 교통법규위반 사건만 다루고 있지만, 조만간 인도 전역에서 다양한 사건을 다룰 전망이다. 북유럽에 위치한 에스토니아도 소액 민사재판에 AI 판사를 도입해 적용 중이다. 국민들에게 신속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판사들은 더 중요한 사건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이상민 탄핵 기각, 예상했던 결과…박희영·이임재 재판엔 영향주지 못할 것" [법조계에 물어보니 193]
이상민 장관 탄핵 심판, 재판관 9명 '기각'…이태원 참사 발생 269일 만에 나온 결정
법조계 "파면시키려면 중대한 법 위반 있어야…참사 직후 발언도 법 위반은 아냐"
"민주당, '무리한 탄핵 추진' 비판 피할 수 없을 것…재판관 전원 기각이 증명"
"이상민 탄핵 사건, 향후 선례 되겠지만…박희영·이임재 재판은 별개로 진행될 것"
헌법재판소가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 논란으로 청구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탄핵심판을 기각했다. 이 장관은 즉각 직무 복귀가 결정됐는데, 법조계에선 이 장관이 탄핵을 당할 만큼 중대한 법적 위반이 없었기에 탄핵소추안은 기각된 것이고 이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 장관의 직무 복귀가 박희영 용산구청장이나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등 이태원 참사 직접 관계자들의 재판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5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 장관의 탄핵 심판을 선고기일이 진행됐다. 헌재는 재판관 9명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이 장관에 대한 국회의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269일 만에 나온 결정이었다. 소추위원 측 김도읍 국회 법제사법위원장과 이 장관은 이날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았다.
헌재는 "이태원 참사는 어느 하나의 원인이나 특정인에 의해 발생·확대된 것이 아니다. 각 정부기관이 대규모 재난에 대한 통합 대응역량을 기르지 못한 점 등이 총체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규범적 측면에서 그 책임을 피청구인에게 돌리기 어렵다"며 "피청구인은 참사 현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관계 기관의 보고를 받고 지시 및 협력 요청을 계속했다. 공적 신뢰를 현저히 해할 정도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했다거나 유기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들이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일로 사당법률사무소 문건일 변호사는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청구는 기각이 예상 가능했던 결과였다. 파면 결정을 하려면 탄핵 심판 청구 규정에 맞아야 가능하기 때문"이라며 "쟁점 중 하나였던 '사전 예방조치'의 경우 재난 예측 의무화라는 것을 규정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이는 곧 탄핵할 만한 중대한 법령상의 위반이라고 보기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문 변호사는 "또 다른 쟁점이었던 국가공무원법상 성실 및 품위유지 의무 위반의 경우도 탄핵 심판 청구로 문제에 접근해서는 안됐다. 이 장관에게 책임을 묻는 다른 정치적 방식을 택했어야 했다"며 "절차적으로 탄핵 심판이라는 것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에 활용되는 제도다. 성실의무 위반이나 품위유지 의무 위반이라는 혐의 자체가 추상적인 측면이 있고, 공무원 징계령에 의하면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 한 해임이 가장 중한 징계양정이므로 이를 근거로 파면을 구하는 것은 법적인 시각으로 봤을 때 무리가 있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주원 최상혁 변호사 역시 "이태원 참사 직후 이 장관의 사후 발언이 문제가 됐지만, 헌법재판소에서 판단했듯 사후발언이 법률 위반을 했다'고 보기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 이 장관에게 적용된 재난안전법 위반 부분과 국가공무원법 위반 부분도 문제를 삼을 정도로의 중대한 법률 위반 자체가 없었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례들은 기본적으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를 요구한다. 이태원 참사 자체는 비극적인 일이지만,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낸 배경에 있어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이 직접 나와 진술하기도 했지만, 선고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이 장관에 대한 탄핵 심판 자체가 법리적 행위에 관한 판단이기 때문"이라며 "특히 재판관들이 유가족에 대한 진술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규정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곽 변호사는 "민주당 및 야권에서 무리한 탄핵을 추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재판관 9명 전원이 기각의견을 냈다는 것 자체도 법적으로 봤을 때 탄핵을 시킬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다는 뜻"이라며 "오히려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터졌을 때, 이상민 장관이 직무수행을 하고 있었더라면 탄핵 추진을 하기에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오송 참사의 경우 경찰에 대한 직접적인 관리책임이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동시에 그는 "이번 탄핵 소추안 기각으로 인해 향후 국가 재난 사태가 발생했을 때, 행정부 혹은 기타 부서의 수장이 탄핵되는 사건이 발생하면 이 장관에 선고가 선례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과 같이 구청과 경찰서를 관할하던 직접 관계자들에 대한 법적 판단은 별개로 진행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준 기자 (you1st@dailian.co.kr)
-
산책 중 투신해 사망한 정신병원 환자…왜 병원 책임은 없을까 [디케의 눈물 102]
법조계 "정신병원, 환자 증상 따라 폐쇄 병동 여부 지정…자살위험환자 예견 못한 듯"
"환자 치료 만큼 인격권 중요…법적 절차 지키며 환경 제공했다면 책임 묻기 어려워"
"정신병원서 투신사례 종종 있어…쇠창살 설치? 소방법상 금지돼 있고 인권침해 문제도"
"병원, 보호자에 산책 위험성 알리고 동의서 받아…'보호의무위반' 인정하기 어려워"
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가 투신해 사망한 것과 관련해 병원의 책임은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신병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와 범위에 맞춰 환자의 병실 환경을 제공한 만큼 결과만으로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병원 측이 환자 보호자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았다고 강조하면서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했어야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위법일 뿐만 아니라 인권 측면에서도 문제가 된다"고 일축했다.
25일 광주지법 민사3단독(김희석 부장판사)은 정신병원 입원 중 추락사한 A 씨의 유족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기각했다고 지난 21일 밝혔다. A 씨는 알코올 의존증과 우울증 등으로 2022년 정신병원에 입원 치료 중 산책 시간에 홀로 투신해 사망했다. 유족들은 병원이 충분히 환자를 돌보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병원 측에 2억여원을 배상하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법인 리더스 김희란 변호사는 "정신병원은 환자의 증상 정도에 따라 입원 기간, 치료 방법뿐만 아니라 환자가 치료받을 병동을 폐쇄형으로 할지 개방형으로 할지 지정하게 된다"며 "A 씨의 경우도 병원이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환자의 정신상태, 사고이력 등을 파악했을 것이다. 다만 자살위험환자라고 예견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폐쇄된 병원에서 환자가 입원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 개인의 인격권도 중요하다. 신체 및 환경 통제는 일정 범위의 한에서 법이 허용하는 것"이라며 "병원이 법률이 정한 절차와 범위 내에서 병실 환경을 제공했다면 환자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결과만으로 병원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정신병원에서 환자가 창문을 열고 투신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며 "법원은 '평소 환자 관리 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은 경우', '환자가 예상치 못하게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보호시설을 충분히 갖춘 경우'에는 병원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곽 변호사는 또 "정신병원이라고 해서 사고를 막기 위해 창문에 쇠창살을 설치하게 되면 화재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소방법상 금지하고 있다"며 "물론 특수 시설을 설치해 화재 시에만 열리는 장치를 설치할 수 있지만 고장 가능성도 있고, 환자들 인권문제도 있어 쇠창살을 설치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률사무소 확신 황성현 변호사는 "병원은 입원환자의 생명, 신체, 건강에 대한 보호의무 또는 안전배려의무를 부담한다. 병원의 보호의무 위반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관련법 위반 사실이 인정되거나 관리태만 사실이 인정되어야 한다"며 "특히 결정적으로 환자의 사망에 대한 병원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병원의 보호의무과 사망의 결과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황 변호사는 특히 "이 사안의 경우 병원 측이 환자 보호자에게 산책 및 야외활동에 대한 위험성을 알리고 동의서를 받았다. 아울러 해당 창문이 정신병원 시설 기준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병원의 보호의무위반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화사 퍼포먼스', 공연음란죄 처벌?…"기소 가능성 낮아"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본명 안혜진)가 대학 축제 중 선보인 선정적 퍼포먼스로 경찰에 '공연음란' 혐의로 고발됐다.
시민단체 학생학부모인권연대(학인연)는 "화사의 행위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일반인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는 '외설행위' 그 자체"라며 "'변태적 성관계'를 연상케 해 대중에게 수치심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안무의 맥락상 맞지도 않고 외설적 의도 이외에는 의미를 알 길이 없는 행위였다. 예술행위라고 해석할 수도, 그렇게 봐서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들의 주장처럼 화사의 축제 퍼포먼스는 '외설행위'일까. 공연음란죄 적용이 가능할까.
형법 245조(공연음란)에 따르면 공연히 음란한 행위를 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공연음란죄가 성립하려면 '공연성'과 '음란성'을 갖춰야 한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지각할 수 있는 상태를 뜻한다.
공공장소여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공연성은 없다. 반대로 사적인 공간이라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라면 공연성이 인정된다.
'음란성'은 사회통념상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성적 수치심을 해치는 행위다. 추상적 용어라서 모호해 보일 수 있지만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에 반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보는 입장도 있을 순 있다"면서도 "사람마다 '음란하다'고 생각하는 게 다를 수 있지만 일반인과 사법기관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으로 기준을 도출해 낼 수 있으면 위헌이 아니다. 법조문을 더 구체화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정웅석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한국형사소송법학회장)도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법적인 용어는 기술상 일정 부분 규범적으로 쓰일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를 음란하다고 볼 것인지를 정하기는 불가능하다. 판례가 음란행위를 정의하고 명확성의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는 만큼 학계에서도 이견이 없다"고 했다.
판례는 음란행위를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2005도1264). 사진은 대법원 전경 /남용희 기자
대법원 판례는 음란행위를 '일반인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하여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반드시 성행위를 묘사하거나 성적인 의도를 나타내지 않아도 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단순히 저속하다거나 문란한 느낌을 준다는 정도를 넘어서야 한다고 설명한다.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훼손·왜곡하고 사회적으로 유해한 영향을 끼칠 위험성이 있다고 평가돼야 '음란하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음란 개념 역시 상대적·유동적이라서 그 시대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학인연은 화사가 지난 5월 성균관대 축제 무대에 올라 짧은 바지를 입고 앉은 상태에서 손을 혀에 가져다 댄 뒤 특정 신체 부위를 훑은 동작을 문제 삼았다.
이 동작은 선전성 논란을 일으켰지만 음란행위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의견이 많다.
이창현 교수는 "음란행위로 평가되려면 100명 중 90명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며 "일부 사람들이 (해당 행위를 보고) 음란한 상상을 할 순 있지만 공연음란죄의 음란행위에 해당될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했다.
하진규 변호사(법무법인 파운더스)도 "직접적인 신체 노출이 있었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음란행위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공연음란죄로 기소될 가능성은 없다"고 진단했다.
'고의'가 없어서 공연음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정웅석 교수는 "공연성은 인정되나 화사에게 '음란행위를 하겠다'라는 고의가 있어보이진 않는다"며 "(고의가 있었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공연음란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도 "퍼포먼스 차원에서 한 행위이지 성적인 목적을 갖고 한 행위는 아닌 것 같다"며 "기소에 이르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룹 마마무 멤버 화사(본명 안혜진)가 대학 축제 중 선보인 선정적 퍼포먼스로 경찰에 '공연음란' 혐의로 고발됐다. /이동률 기자
설사 기소되더라도 유죄로 인정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하 변호사는 "대중가수 퍼포먼스가 공연음란죄로 유죄 선고를 받기는 쉽지 않다"며 "기소되더라도 유죄 선고를 받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처벌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곽 변호사는 "유죄가 선고되지 않을 것 같고 선고돼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가수들의 퍼포먼스는 사랑과 이별이 테마가 될 수도 있지만 성적인 부분도 테마가 될 수 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 노출도 없는 퍼포먼스를 공연음란죄로 고발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말했다.
sohyun@tf.co.kr
-
"168㎞ 과속? 암행순찰차 엉터리 적발에도…재판으로 억울함 밝혀야 하는 기막힘" [디케의 눈물 100]
경찰의 암행순찰차에 의해 시속 168㎞ 과속 주행한 혐의로 적발된 운전자가 정식재판을 청구한 결과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조계에서는 과속 단속장비가 오류를 일으켰다고 보고 재판부가 무죄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기기 결함으로 억울한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정식 재판을 통해 다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지적했다. 또한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 실적 위주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도 계속되고 있는 현행 암행단속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20일 광주지법 형사10단독 나상아 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56)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 2022년 11월 전남 나주시 국도 1호선 도로(최고속도 시속 80㎞ 제한)를 시속 168㎞로 과속 주행한 혐의로 단속됐다. 당시 암행순찰차를 몰던 경찰은 A씨 차량의 과속 단속 사진을 찍었고, 검찰은 A 씨에게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억울했던 A 씨는 ▲당시 달렸던 도로가 굽어 있던 점 ▲ 차량 타이어가 닳아 과속이 불가능했던 점 ▲ 도로에 통행량이 많았던 점 ▲단속 2차로를 주행하던 대형 덤프트럭을 가로지르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단속 장비의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재판부는 A씨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무법인 우면 김한수 변호사는 "해당 판결에서는 암행순찰차에 탑재된 단속장비에 의해 측정된 과속 기록지가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일 것"이라며 "피고인이 운행한 도로가 굽은 도로였던 점, 타이어의 상태 등에 비추어 재판부는 암행순찰차에 탑재된 단속장비가 오류를 일으켰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명재 김연수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과속운전은 도로교통법 제156조 1호에 따라 2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과태료로 다스린다"며 "그러나 이 사안은 제한속도보다 시속 80㎞를 초과해 달린 것으로 도로교통법 제154조 9호를 적용해 처벌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법안은 법정형이 3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구류인 만큼, 적은 벌금이지만 도로교통법 위반 전과가 생기게 된다"고 전했다.
김변호사는 이어 "피고인은 재판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을 지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무죄 확정 시 형사소송비용보상제도'를 통해 재판 과정에서 쓴 소송비용 중 일부를 보상받을 수 있다"며 "다만, 변호인 선임료의 경우 실제 운전자가 지출한 변호인 선임료가 아닌 국선변호인의 보수를 기준으로 지급된다. 사건의 난이도 등에 따라 최대 5배까지 보상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법무법인 청 곽준호 변호사는 "암행순찰은 운전자를 놀라게 만들어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부작용이 제기돼 예전부터 비판이 있던 단속방식"이라며 "국민을 '감시의 대상'으로 보고 실적 위주라는 비판까지 받으면서 암행단속을 계속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거의 없다. 또한 이같은 판결로도 수시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자제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법무법인 한일 전문영 변호사는 "지금 시점에서는 피고인처럼 억울하게 단속에 걸리더라도 재판을 통해 다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오면 손해입증이 어려워 별도의 손해배상이 인정될 가능성도 극히 낮다"며 "수사기관에서 기기점검을 자주 하는 등 정밀도를 높일 수 있는 노력해야 한다. 단속 메뉴얼을 준수하고 일정시간 이상 기준속도 이상을 초과해 주행한 운전자에 한해서만 처벌하는 등 단속 기준을 거듭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우 기자 (sangwoo@dailian.co.kr)
-
오송지하차도 참사 책임 소홀시 처벌 불가피…경찰 수사 착수
[서울=뉴스핌] 김신영 배정원 기자 = 경찰이 지난 15일 집중호우로 발생한 '오송지하차도 참사'와 관련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충북을 포함한 행정기관 다수가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조계는 제방과 도로관리 책임 소홀 여부 등에 따라 처벌 수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경우 최고 책임자인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처벌도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지난 15일 오전 8시 40분 청주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했다. 집중호우로 지하차도와 300~400m 거리의 미호강 둑이 무너지자 물이 범람했고, 430m 구간의 터널에는 2~3분 만에 6만t의 물이 찼다. 15대의 차량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했으며 이날 기준 1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폭우가 예상되는 상황에도 관할 행정기관이 사전에 차량을 통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방 관리도 부실했다며 이번 사고를 '인재(人災)'라고 주장한다.
법조계는 수사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집중호우에 대비해 보고를 제 때 하지 않거나, 매뉴얼을 따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국가나 지자체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업무상과실치사를 적용할 수 있다"며 "보고나 매뉴얼대로 했으면 문제가 없었을텐데 누군가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공문을 보낸 시간이나 연락한 시간 등을 확인해 책임을 가려야한다"고 말했다.
사고의 예견 가능성이 지방자치단체와 담당 공무원들의 책임 여부를 가를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어떤 보고나 정보를 접했을 때 충분히 사고를 예견해 대비할 수 있었다면 책임을 지는 것이고 사고를 예견할 수 없어서 통제하지 않은 정도라면 책임을 면할 것"이라며 "앞서 있었던 이태원 참사나 세월호 사건이 선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사망사고인 만큼 실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도 있다. 이번 사건은 2020년 7월 집중호우로 차량이 물에 잠겨 3명이 숨진 '부산 초량지하차도' 사건과 유사하다. 해당 사건으로 기소된 사고 당시 부산 동구청장은 금고 1년 2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1월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이번 사건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보다 높은 수위의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중대시민재해 항목이 규정한 '공중이용시설'에는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규정한 시설물이 포함되는데, 규모에 따라 제1종~제3종으로 구분해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하는 시설물이 주로 해당된다. 충청북도 도로관리사업소에 따르면 궁평2지하차도는 '2종 시설물'이다.
송인택 중대재해처벌법 실무연구회장(전 울산지검장)은 "경찰이 우선 업무상과실치사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다가 중대재해처벌법의 대상이 되는지 살펴볼 가능성이 높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사고의 책임은 지하차도 관리 주체인 지방자치단체장이나 행정기관장이 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업무상 과실보다 처벌 기준이 높아 최소가 징역 1년이고 최고형은 25~30년"이라며 "금강홍수통제소와 도청, 시청 등이 수사 선상에 올랐지만, 1차적 책임은 무너진 제방을 관리한 곳에 묻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대재해를 전문으로 다루는 진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또한 "지하차도가 2종 시설에 해당한다면 중대시민재해로 분류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담당 공무원들의 주의 의무 위반은 인정되더라도 작위적 행위가 아니기 때문에 처벌 수위가 높게 나올지는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사고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은 분위기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적극적으로 사실 관계를 입증하고 더 나아가 영장 청구까지 하지 않을까 싶다"고 봤다.
sykim@newspim.com
-
'박영수 구속' 재시도…사실부터 법리까지 만만찮네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되면서 '50억 클럽' 실체 규명의 부담을 떠안은 검찰이 보완 수사를 거쳐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법원의 기각 사유를 볼 때 영장 발부는 물론 공소 유지에도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엄희준 부장검사)는 법원의 기각 사유 검토와 보완 수사에 집중하며 구속영장 재청구를 준비 중이다.
이에 앞서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이던 2014년 11~12월 남욱 변호사 등 대장동 일당에게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나 여신의향서 발급을 도와 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억 원 상당의 대가를 약속받았다고 보고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2015년 3월 우리은행이 내부 반대로 컨소시엄에 불참하자 같은 해 4월 여신의향서 발급 청탁 대가로 화천대유자산관리 대표 김만배 씨에게 5억 원을 수수하고 50억 원을 약속받았다고도 봤다. 특히 검찰은 박 전 특검이 이 5억 원을 화천대유 증자대금으로 김 씨에게 다시 보내는 방식으로 대장동 사업 지분을 확보했다고 의심했다.
하지만 법원은 "금품의 실제 수수여부, 금품 제공약속의 성립 여부 등에 관해 사실적, 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고 봤다. 대가 약속 등의 사실이 실재했는지부터 실재했더라도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모호해 지금 단계에서는 박 전 특검을 구속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에 검찰은 "다수 관련자들의 진술과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증거들에 의하면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수수 및 약속한 점이 충분히 인정되는 상황에서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향후 보강수사를 통해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50억 클럽'의 또 다른 핵심 인물인 곽상도 전 국회의원에 대한 첫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도 고배를 마셔야 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 성립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곽 전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의 아들 곽모 씨가 대장동 사업 시행사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받은 퇴직금 50억 원(세금공제 뒤 25억 원)을 두고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의 무산을 막은 대가라고 의심하면서도 구체적인 알선 대상을 특정하지 못했다. 이후 검찰은 보강수사를 거쳐 곽 전 의원이 알선한 하나은행 측 대상자를 특정하고, 25억 원을 알선의 대가이자 국회의원 직무와 대가관계가 있는 돈이라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영장을 재청구했고 곽 전 의원은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수재등)혐의를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박헌우 기자
박 전 특검은 재청구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사실관계부터 법리까지 문제삼은 법원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검찰의) 주장만 있을 뿐 충분한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으로 읽힌다"며 "단순 재청구로는 큰 승산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영장 발부를 얻어내려면 사실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인 증거 확보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실적·법률적 측면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다는 건 법원도 (영장에 기재된 내용이) 무슨 혐의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라며 "검찰은 금융기관의 임직원이 부적절한 금원을 받았다고 주장하나 금원의 성격이 소위 말하는 대가성에 의한 금원인지, 확정적으로 받기로 한 약정인 것인지도 불명확하다. 범죄 성립의 여지가 굉장히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금품 수수·약속과 관련한 증거가 나와도 법원에서 지적한 직무해당성의 벽이 남아 있다.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우리은행의 대장동 컨소시엄 참여 권유는 상식적으로 은행 이사회 의장의 직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법원도 그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며 "보강 수사를 통해 극복할 수 있는 건 증거의 문제로, 법리적인 벽을 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법조계 관계자 역시 "직무해당성 범위를 좁게 보는 것이 우리 법원의 판례"라며 "비교적 직무 범위가 넓은 국회의원이었던 곽 전 의원도 결국 비슷한 사건으로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는가. 이 사건 역시 영장까지 쳤으니 결국 기소하겠지만 유죄 선고를 이끌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ilraoh@tf.co.kr
-
“짜다 6억잔 식혜로 구합니다”...환치기 성지 된 해외교민 단톡방
“짜다 6억잔 식혜로 구합니다.”
4일 베트남 현지 교민 300여명이 들어가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가 올라왔다. 짜다는 베트남 찬 음료를 뜻하는데 언뜻 보기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환치기를 뜻하는 은어로 구성된 문장이다. 여기서 ‘짜다’는 베트남 화폐인 동을, 식혜는 원화를 의미한다. 즉 6억동을 원화로 환전해줄 교민을 찾는다는 의미다.
미국 일리노이주 트로이에 사는 김 모(37) 씨는 지난달 집 근처 스타벅스에서 4000달러가량을 원화로 환전했다. 김씨의 환전 상대는 같은 지역에 사는 교민 A씨. 김씨는 A씨와 교민들이 모여있는 단체채팅방에서 만나 환전을 하기로 했다. 김 씨는 간단한 자기소개를 한 뒤 4000달러를 현찰로 지급했고 A씨는 김씨의 한국 계좌로 약 520만원을 입금했다. 김씨는 “한국 방문을 앞두고 원화가 필요해 환전 상대를 찾게 됐다”며 “환전 상대를 찾는 글은 단톡방에 하루에도 몇 번씩 올라올 정도로 교민사회에서 파다한 일”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이렇듯 최근엔 현지 커뮤니티를 통한 해외 교민 간 ‘환치기(불법 외환 거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단체채팅방 등을 통해 환전 상대를 찾고 수수료 없이 현지 화폐와 원화를 주고받는 식이다. 개인 간 외환 거래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음에도 교민들은 ‘일상적인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속될 리 없다’며 거액을 주고받는 배짱을 보이는 이들도 있다.
교민들끼리 이뤄지는 환전은 명백한 불법이다. 외국환 업무는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등록한 자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등록된 환전업자가 아닌 사람이 외환 거래를 할 경우 외국환거래법 위반이므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아는 사람들끼리 거래를 하더라도 외화와 원화를 교환할 때는 반드시 한국은행에 신고를 해야 한다. 매매차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3000달러 이내 거래는 제외되지만, 신고하지 않고 그 이상의 금액을 수령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태료에 처할 수 있다.
베트남 현지 교민 300여명이 있는 단체채팅방에는 지난 28일부터 5일까지 일주일간 100건에 가까운 환전 요청 글이 올라왔다. 화폐는 대부분 은어로 표현됐다. 미국 달러화는 ‘아메리카노’, 베트남 동은 ‘짜다(베트남 음료)’, 원화는 ‘식혜’라는 식이다. 원하는 환율과 메신저 아이디도 함께 남긴다. 사실상 교민 개개인이 환전상이 된 셈이다.
3000달러(약 389만원)를 초과하는 금액에 대한 환전 요청 글도 수두룩하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엘에이 교민 단체채팅방에는 “아이들 대학 등록금 때문에 그런데, 5만불(약 6497만원)을 환전하실 분 계신가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베트남 교민 단체채팅방에서도 “6억동(약 3282만원)을 식혜(원화)로 구한다”며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적은 글이 올라왔다.
환전 사기를 벌이는 이도 등장했다. 필리핀 마닐라에 사는 한인 B씨는 올해 초 20만페소(약 469만원)를 사기로 잃었다. 원화가 필요했던 B씨는 교민 커뮤니티를 통해 알게 된 C씨와 직거래로 환전을 하기로 했다. 약속한 장소에서 C씨를 만난 B씨는 신분증까지 서로 공개한 후 환전을 진행했지만, 뒤늦게 원화를 지급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C씨가 조작된 휴대전화 화면을 보여준 후 현찰로 페소만 챙긴 것이다. 개인 간 외환거래는 불법이므로 B씨는 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전문가들은 해외에서 이뤄지는 개인 간 금융 거래를 일일이 적발하는 것은 한계가 있지만, 탈세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서라도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국내에서 자금출처 증빙이 힘든 탈세 자금을 해외로 송금하려는 경우도 있다”며 “정상적인 외환 송금 경로를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개인 간 환치기 방식을 이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곽 변호사는 “매출 신고를 연간 5000만원으로 한 자영업자가 해외에 유학 경비를 1억씩 보낼 경우 정상적인 외환 거래 방법을 이용하면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추후 자금출처에 대한 소명을 해야 하므로 환치기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이런 목적이 의심되는 경우는 관계 당국이 단속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관세청 관계자는 “교민들이 현지에서 하는 환치기 거래를 모두 추적하긴 어렵지만, FIU(금융정보분석원)와의 공조를 통해 환치기 의심 정황을 분석해서 단속해 가고 있다”며 “현지에서는 처벌이 어렵더라도 국내 지명수배 등을 통해 입국 시 불법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을 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민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