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단독]“○○○에게 당했다”.. 티켓사려다 33억 뜯긴 4천명
2024-07-09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정윤지 수습기자] 직장인 신승연(26)씨는 지난 3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표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했다. MLB 표 2장을 140만원에 사려고 ‘박철우’란 이름의 통장에 돈을 계좌이체 했는데 그 후부터 온라인 거래자와 연락이 닿질 않아서다. 신씨는 다음날 온라인 거래자에게 다른 계정으로 접근해 표를 구매하려 하자, 이번에는 ‘김건오’란 이름의 통장에 돈을 넣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씨는 “다음 날에 또 다른 계정으로 접근하자 이번에는 ‘배미하’란 이름을 제시했다”면서 “나와 같은 피해자가 있을 거라 생각해 단톡방을 통해 피해자들을 모아봤더니 그 숫자가 4000명에 이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7일 피해자모임 등에 따르면 신씨와 같이 유사한 방식으로 피해를 본 이들만 4730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씨처럼 온라인에서 표와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신씨는 지난 3월 사기를 당한 직후 온라인에서 피해자 모임을 꾸렸다. 신씨는 “이 모임에 가입하려면 본인 인증은 물론이고 사기 피해를 당했던 캡처본과 대화 내역, 이체 내역 등을 검증 받은 뒤에 가능하다”면서 “지금도 그 숫자는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표와 중고물품을 구매하기 위해 돈을 통장에 넣었지만, 연락이 두절되는 방식으로 피해를 입었다. 사기꾼은 동일한 주민등록증에 사람 이름을 바꿔가며 피해자들을 안심시키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 범죄의 규모에 비해 경찰의 수사는 더디다는 점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 관계자는 “개별로 보면 소액이기도 하고 전국적으로 피해자가 있다보니 수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서 “전문적으로 대포통장을 활용하는 조직이 있거나 하면 검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도 “피해 금액이 크면 당연히 조사가 빠르게 되겠지만, 소액이라면 하나하나 챙겨보는 게 쉽지 않다”면서 “과거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배탈을 핑계로 주인에게 10만~20만원씩 뜯어낸 사기꾼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식당 10군데씩 돌며 꽤 큰 규모의 사기 범죄를 저지른 경우였지만 신고하기 전까지는 소액의 개별 사기 사건이라 수사가 진척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차적으로 스스로 조심해야 하며 나아가 피해를 당했을 경우 즉각 신고해 추가 피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신분 자체가 위조돼 있고 다른 사람의 계좌 등을 이용하는 경우가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면서 “결국에는 잠재적인 피해자가 1차적으로 주의와 조심을 해야 하며, 사기를 당하면 신고해 피해자가 더이상 나오지 않도록 차단해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